공정률 90%에서 계약해지 통보받았어요, 하도급 대금 어떻게 받나요?
건설업 사장님들 사이에서 요즘 이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핵심 공정 다 끝내놓았더니, 갑자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어요. 대금은 어떻게 되나요?"
최근 한 수도권 종합건설사가 공정률 90% 이상 시점에 하도급업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른바 '크리티컬 타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원가와 위험이 큰 핵심 공정을 모두 시켜 놓은 뒤, 정작 이윤이 남는 시점에 계약을 끊어버리는 방식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분쟁조정 신청도 지난해 316건으로 5년 연속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명목가는 그대로, 실질만 깎는다는 발상
가격 전략을 다루는 책 『프라이싱』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월세를 대놓고 깎아주는 대신, 일정 기간 월세를 면제해주면서 계약서상 명목 월세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담보가치(명목가)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할인을 해주는 셈이죠.
이번 하도급 사례도 구조는 비슷합니다. 계약서상 하도급 단가(명목가)는 그대로 둔 채, 계약 해지 시점이나 특약 조항을 통해 실질적으로 받는 돈만 줄이거나 아예 안 주는 방식이니까요. 다만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임대차의 렌트프리는 양쪽이 납득한 조건에서 이뤄지지만, 크리티컬 타절이나 부당특약은 을(하도급업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강요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법이 개입합니다.
하도급법상 문제되는 지점
이런 관행은 여러 조항에 동시에 걸릴 수 있습니다.
- 제8조(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 등) —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가 없는데 위탁을 임의로 취소·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공정률이 90%를 넘은 시점의 갑작스러운 계약해지는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제11조(감액금지) — 원사업자가 정한 하도급대금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감액할 수 없습니다.
- 제3조의4(부당특약의 금지) — "대금 조정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처럼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은 애초에 무효입니다. 개정으로 일부 유형은 별도 입증 없이도 바로 무효 처리됩니다.
다만 이런 주장은 결국 입증의 문제입니다. 부당한 타절에 대응하려면 '우리(하도급)의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과 '계약해지 시점의 공정률'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므로, 계약 해지의 조짐이 보인다면 작업일보, 현장 사진, 기성청구 내역, 원청과 주고받은 이메일·카카오톡 대화 같은 자료를 미리 확보해두시는 게 법적 분쟁과 세무 처리 모두에 유리합니다.
세무사 입장에서 챙겨야 할 것
법적 다툼과 별개로, 세무적으로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 대손세액공제 — 이미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했는데 대금을 못 받았다면, 회수불능이 확정되는 시점에 그 매출세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원사업자가 단순히 지급을 미루는 단계에서는 바로 적용되지 않고, 소멸시효 완성이나 파산·강제집행 등 세법이 정한 대손사유에 해당해야 하므로, 시점과 요건을 세무사와 함께 확인하셔야 합니다.
-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제14조) —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2회분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정지·파산 등으로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라면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제도도 있습니다. 요건만 갖추면 대손 처리보다 더 확실하게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라 우선 검토할 만합니다.
- 매출 인식 시점 재점검 — 이미 공사진행률 기준으로 매출을 인식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부분이 있다면, 분쟁 결과에 따라 향후 수정신고나 경정청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대손금의 손금(필요경비) 산입 — 부가가치세 대손세액공제는 매출세액만 돌려받는 절차이고, 못 받은 원금 자체는 별개입니다. 회수불능이 확정되면 법인세(또는 종합소득세) 신고 시 그 금액을 대손금으로 손금(필요경비) 처리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도 반드시 함께 챙기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같은 "명목가 유지, 실질가 조정" 전략도 누가, 어떤 조건에서 쓰느냐에 따라 합리적인 협상이 되기도 하고 법 위반이 되기도 합니다. 공사비 갈등을 겪고 계시다면 계약서 문구와 진행 경과부터 정리해두시고, 법적 대응과 세무처리를 함께 점검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공사비 미지급·부당특약 관련해서 세무·자금 정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문의해 주세요.
